
“인터넷이 너무 느리네요.” “혹시 로그아웃된 친구? 다시 한 번 시도해볼까요? 됐어요?”
13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교육혁신 박람회’ 한 쪽에 꾸려진 ‘미래 교실’ 수업은 상상과는 달리 느리게만 흘러갔다. 초등학교 3학년 영어와 고등학교 1학년 수학 인공지능(AI) 교과서 시연이 열린 두 교실 모두 느린 인터넷 속도 때문에 선생님과 학생들이 곤혹스러워했다.
행사 첫날 여러 업체에서 인터넷 중계기를 들고 들어와 주파수가 얽혔기 때문이라는 주최 측인 교육부의 설명이 있었지만, 의도치 않게 인공지능 교과서에서 로그아웃된다거나 필요한 화면을 찾느라 수업의 흐름이 끊기곤 했다.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교실의 혼란을 미리 확인한 셈이다.
AI교사 + 담당교사 + 테블릿 봐줄 교사
오히려 교사가 더 필요해지는 상황 발생.
같은 시각 바로 옆에서 진행된 고등학교 수학 교실은 공통수학2 과정 가운데 대응관계를 통해 함수의 개념을 이해하는 내용이었다.
이날 수업을 시연한 전병제 교사(경기 안양 성문고)가 “일상생활 속에서 함수의 대응 관계를 찾아보자”며 학생들에게 시간을 줬다. 학생들은 종이 대신 디지털 기기에 각자 생각한 답변을 썼다. 이어지는 발표 시간에 교사는 학생들이 쓴 답변을 전자칠판에 띄워 공유했다.
수업 내용과 관련한 문제를 푸는 시간에는 교사가 화면에 예제 문제를 띄우자 학생들에게도 같은 화면이 나타났다. 교사가 설명하며 문제 하단의 풀이와 정답 칸을 차례로 클릭하자 해당 내용이 화면에 나타났다. 교사가 판서하는 시간을 줄이는 점은 효율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의 수업은 기존 전자칠판과 디지털 수업 자료를 활용해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것을 인공지능이 도입된 ‘미래 교실’이라고 볼 수 있을까.
수업을 마친 후 기자들과 가진 질의 시간에 처음으로 나온 질문도 “기존 서책 교과서 수업과 차이점이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전 교사는 “교실에 30명의 학생이 있다면 30번을 돌아다니며 확인을 해야 하는데, 학생들이 무엇을 하는지, 잘 못 하는 학생은 누구인지 바로 찾을 수 있고, 인공지능이 학생 개별 수준을 분석해 각자에게 맞는 문제 등을 제공해주는 점”이라고 답했다.
AI 교과서 둘러싼 오해
먼저, 디지털 교과서가 도입되더라도 종이 교과서가 없어지지 않는다. 종이책과 함께, AI 교과서는 수업을 지원하는 도구로 활용된다.
학생이 자신의 학습 속도에 맞춰 공부하는 데 활용하는 일종의 '학습 보조수단'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수업과 상관없는 사이트에 들어가는 것 역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각 시도교육청의 전문 장비를 통해 유해사이트 접속이 전부 차단된다.
당장 내년 도입인데 인프라는 갖춘건지, 혹은 서두르는 건 아닌지, 이런 우려도 있다.
AI 교과서는 내년부터 단계별로 도입된다.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순차적으로 적용된다.
현재 교실 내 기가급 무선망을 100% 구축했다.
내년 적용되는 학년부터, 학생 1명 당 기기 1대씩 보급을 마칠 계획이다.